풍수의 여러 원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지고 또 기본이 되는 것이 배산임수와 장풍득수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짝을 이루며 좋은 터를 가늠하는 큰 잣대가 되어 왔습니다. 먼저 배산임수란 글자 그대로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을 마주하는 형국을 말합니다. 사람이 자리를 잡을 때 등 뒤에 든든한 산이 있고 눈앞에 맑은 물이 흐르는 배치를, 예부터 가장 안정되고 살기 좋은 자리로 여겨 왔습니다.
배산임수의 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실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차고 거센 북서 계절풍이 불어오는데, 터의 북쪽이나 뒤쪽에 산이 솟아 있으면 이 찬바람을 막아 주어 한결 따뜻하고 안온한 자리가 됩니다. 풍수에서는 이렇게 산이 바람을 다스려 기운을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았고, 뒤가 허하면 기운도 살림살이도 흩어지기 쉽다고 여겼습니다. 곧 산을 등진다는 것은 자연의 거친 힘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려 안정을 얻는 일로 풀이되었습니다.
장풍득수는 배산임수의 원리를 한층 또렷하게 압축한 말입니다. 장풍이란 바람을 감춘다는 뜻으로, 사방을 두른 산세가 차고 강한 바람을 갈무리하여 따뜻하고 고른 기운을 유지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바람이 함부로 드나들지 않고 잘 갈무리되는 자리라야 기운이 안정되어 사람과 살림이 편안하다고 보았습니다. 득수란 물을 얻는다는 뜻으로, 가까이에 맑은 물이 흐르거나 고여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를 말합니다. 바람은 감추되 물은 얻는다는 이 한마디에 풍수가 추구한 이상적인 터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득수와 관련해서는 물을 재물에 빗대어 풀이하는 전통적 사고가 함께 전해집니다. 물이 흐르는 모습을 재물의 흐름에 견주어, 물이 곧장 빠르게 빠져나가는 자리보다는 천천히 모였다가 완만하게 휘돌아 나가는 자리를 길하게 보았습니다. 물이 급하게 떠나가면 재물도 머물지 못하고 흩어진다고 여긴 반면, 물이 그 자리를 감싸 안듯 천천히 돌아 나가면 모인 기운과 재물이 오래 머문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기와 풍요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전통적 관념을 잘 보여 줍니다.
이러한 배산임수와 장풍득수의 원리는 한국의 여러 전통 마을 입지에서 실제로 확인됩니다. 대표적으로 안동 하회마을은 낙동강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돌아 흐르고 뒤로는 산자락이 받쳐 주는 지형으로, 물이 천천히 감싸 도는 길한 형국의 본보기로 자주 이야기됩니다. 이 밖에도 옛 마을과 고택들은 대개 뒤에 산을 두고 앞에 물과 들을 둔 배산임수의 자리에 터를 잡았는데, 이는 풍수 사상과 실제 생활의 편의가 자연스레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결국 배산임수와 장풍득수는 자연의 산과 물과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그 결을 따라 자리를 잡으려 한 전통적 지혜를 압축한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을 막아 따뜻함과 안정을 얻고, 물을 곁에 두어 생활과 풍요를 도모하는 이 사고는 길흉의 차원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득수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물이 자리를 빠져나가는 어귀인 수구(水口)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옛사람들은 물이 들어오는 곳보다 빠져나가는 어귀가 너무 넓게 트여 있으면 모인 기운과 재물이 함께 새어 나간다고 보아, 수구가 산이나 바위로 적당히 좁게 가려진 자리를 길하게 여겼습니다. 또한 물의 형태를 두고도 갈래를 나누어, 자리를 둥글게 감싸 안듯 활처럼 휘어 도는 물줄기를 금성수(金星水)라 부르며 으뜸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물이 자리를 등지고 곧장 달아나는 모습보다, 천천히 품에 안기듯 돌아 나가는 흐름을 귀하게 여긴 전통적 안목을 잘 보여 줍니다.